안녕하세요. 헬프미 법률사무소입니다.
함께 사업을 일구던 동업자나 직원이 우리 브랜드를 자기 이름으로 몰래 상표 출원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배신감을 넘어, 사업의 기반을 통째로 빼앗길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 상표법은 이처럼 신뢰 관계를 깨뜨리고 타인의 상표를 가로채려는 행위를 막기 위한 강력한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바로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입니다.
오늘은 이 '신의칙 위반' 조항이 무엇인지, 그리고 실제 판례에서는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신의칙 위반' 상표출원이란?
1.1. 법조항
먼저 법 조항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조항은 다음과 같은 상표는 등록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
이 조항의 취지는 명확합니다. 거래 과정에서 알게 된 타인의 상표를 무단으로 선점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반하는 부정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1.2. 적용 요건
다음 4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 계약 또는 거래 관계: 출원인(상표를 훔쳐간 사람)과 타인(원래 권리자) 사이에 동업, 고용, 대리점 계약, 위탁경영 등 업무상 거래관계가 있었어야 합니다.
- 상표에 대한 인지: 출원인이 위와 같은 관계를 통해 타인이 해당 상표를 이미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야 합니다.
- 상표 및 상품의 동일·유사성: 출원된 상표와 상품이 원래 권리자의 상표 및 상품과 동일하거나 유사해야 합니다.
- 권리자의 승낙 부재: 원래 권리자의 승낙 없이 무단으로 출원했어야 합니다.
2. 판례: '장보고' 어류용 비료 상표 사건
대법원 판결(2020. 9. 3. 선고 2019후10739 판결)은 이 조항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명확히 보여줍니다.
2.1. 사건의 배경
전남서부어류양식 수산업협동조합(이하 '수협')은 '장보고'라는 이름으로 어류용 비료 브랜드를 개발했습니다. 이후 수협은 주식회사 H와 '위탁경영 계약'을 체결하여, H가 수협을 대신해 해당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도록 했습니다. 계약에 따르면 제품 기획, 디자인, 품질 관리 권한은 모두 수협에게 있었고, 실제 제품 포장에도 생산자는 수협으로만 기재되었습니다. 그런데, 위탁경영 관계에 있던 H가 '장보고' 상표를 자기 이름으로 몰래 출원하여 등록받았습니다.
2.2. 대법원의 판단: 실질적인 사용자가 진짜 권리자!
원심인 특허법원은 실제로 상품을 판매한 주체가 H라는 이유로 한마음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습니다. 대법원은 계약의 '실질'에 주목했습니다.
H의 생산·판매 행위는 수협의 위임사무를 처리한 행위로서, 모두 수협의 명의로 이루어졌다고 보았습니다.
제품 포장에 수협만이 생산자로 기재되어 있어, 소비자들 역시 이 상품의 출처를 수협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비록 물리적인 생산과 판매를 H가 했더라도, 상표를 실질적으로 사용한 주체는 수협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결국, H는 수협과의 위탁경영 관계를 통해 알게 된 상표를 동의 없이 무단으로 출원한 것이므로, 이 등록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3. '부정한 목적'은 증명할 필요가 없나요?
네,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 조항의 강력함입니다.
다른 부정한 목적 관련 조항(예: 제13호)과 달리, 제20호는 출원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등 부정한 목적'이 있었는지를 별도로 입증할 필요가 없습니다. 동업, 고용, 대리점과 같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알게 된 상표를 동의 없이 출원하는 행위 그 자체가 이미 신의칙에 반하는 부정한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4. 내 권리를 되찾기 위한 대응 전략
만약 동업자나 대리점이 내 상표를 몰래 출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다음과 같이 대응할 수 있습니다.
4.1. 증거 확보
- 동업 계약서, 대리점 계약서, 위탁경영 계약서, 이메일, 메신저 대화 등 거래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 상대방이 내 상표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예: 상품 발주 내역, 회의록 등)도 중요합니다.
4.2. 대응
- 출원공고 단계: 만약 상대방의 상표가 심사를 통과하여 2개월간 공고되는 기간이라면, 신속하게 '이의신청'을 제기하여 등록을 막아야 합니다.
- 등록된 후: 이미 등록이 완료되었다면, 특허심판원에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여 등록을 무효로 만들어야 합니다.
- 전문가의 조력은 필수: 이의신청이나 무효심판은 법적 요건을 정확히 주장하고 입증해야 하는 복잡한 법률 절차입니다. 반드시 변리사, 변호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5. 믿음의 관계일수록 권리는 명확히 해야 합니다.
상법법 제34조 제1항 제20호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법적 장치입니다.
이러한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동업 계약서나 대리점 계약서 등에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의 소유 관계를 명확하게 규정해두는 것입니다.
대형로펌, 사법시험 출신 박효연 변리사/변호사(서울대 법과대학 졸업)가 운영하는 저희 헬프미는 상표 출원 및 등록을 통해 고객님의 권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이처럼 부당하게 상표를 도용당했을 때 이의신청 등 고객님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최적의 법률 서비스를 연계하고 지원합니다.
내 브랜드의 가치를 지키는 일, 헬프미 전문가와 함께 시작하세요. 감사합니다.